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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권 중견기업 펀드의 함정GP 선정 이후 시중은행 출자 못받아…금융위 교통정리 나서야
딜사이트 2025/05/20

이달 말 공고가 예정된 한국성장금융의 '은행권 중견기업 밸류업 펀드' 출자사업에 주의보가 켜졌다. 함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첫 포문을 연 출자사업인 탓에 이 함정을 알고 있는 하우스는 극소수다.
중견기업 펀드는 성장금융이 모펀드 위탁운용사(GP) 역할을 맡아 진행되는 출자사업이다. 금융위원회가 국내 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전용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운용을 성장금융에 맡겼다. 모펀드에 투입된 자금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부터 나왔다.
기획 의도가 좋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5대 시중은행 자금을 기반으로 2배 규모의 자(子)펀드를 조성해 국내 중견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목적이다. 지난해 성장금융은 블라인드 1800억원, 프로젝트펀드 700억원 총 2500억원을 출자해 5000억원 이상 규모의 자펀드를 결성했다. 올해 역시 작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출자사업은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모펀드 출자비율이 최대 50%였던 만큼 앵커 LP(펀드 결성을 주도하는 핵심 출자자)를 확보하고자 하는 GP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제안서를 밀어 넣었다. 블라인드펀드 GP로 3곳을 뽑을 예정이었지만 23곳의 하우스가 몰렸다. 이후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구술심사를 거쳐 IMM크레딧앤솔루션, 웰투시인베스트먼트,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 등 3곳이 최종 GP로 선정됐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3곳 GP는 성장금융으로부터 각 600억원씩 건네받은 뒤 자펀드 결성을 위해 추가 펀딩을 진행하다 복병을 만났다. 모펀드에 자금을 댔던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더 이상 출자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이미 '중견기업 펀드'로 자금을 출자받았으니 추가 자금 투입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중견기업 펀드 출자금을 해당 GP에 대한 출자금으로 인식한 것이 문제가 됐다.
GP들은 혼란에 빠졌다. 성장금융이 운용하는 정책펀드로부터 자금을 출자받았지만 그 자금의 원출처가 시중은행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은행권 펀딩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 내용은 공고문에도 없었다. 실제 A하우스는 중견기업 펀드 콘테스트 전 모 시중은행과 펀딩 교감을 나눴지만 GP 선정 이후 소통이 단절됐다.
즉 이미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펀딩을 받은 하우스는 중견기업 펀드를 통해 출자금을 최대치로 끌어모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하우스는 GP 선정이 독이 될 수 있다. 출자사업에 제안서를 넣는 게 나을지, 아니면 시중은행으로부터 수시 출자를 노리는 게 나을지 펀딩 전략을 신중하게 짜야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싱크홀은 누구 잘못으로 생긴 걸까. 위험가중자산(RWA) 손실을 보면서 정책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댄 시중은행일까. 공고에도 없던 내용으로 난관에 부닥쳐야 했던 GP일까. 모펀드를 기획하고 조성했던 정부가 교통정리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함정에 사람이 빠졌단 걸 깨달았다면 금융위와 성장금융은 조만간 나올 공고를 손 볼 필요가 있다. 작년에 봤던 그 함정에 또다른 사람이 빠지지 않게 하려면.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q2q2@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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